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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버전 보는 사람
[오펜하이머] 리뷰 분석 : 놀란 감독은 어떻게 플롯을 짰을까? 핵융합, 핵분열, 그리고 역설의 중심에 선 오펜하이머 그려보기. 본문
[오펜하이머] 리뷰 분석 : 놀란 감독은 어떻게 플롯을 짰을까? 핵융합, 핵분열, 그리고 역설의 중심에 선 오펜하이머 그려보기.
풀버전 보는 사람 2023. 9. 2. 20:51
(읽는 데 2분)
'덩케르크'나 '테넷'과 같은 스펙타클은 없었지만, <오펜하이머>는 그 어떤 영화보다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 영화다. 이야기는 원자폭탄의 폭발보다 인물 자체가 가진 융합, 분열, 역설로 인한 충격에 집중한다.
'알쓸별잡'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야기를 구성할 때 각종 도표들을 그리며 플롯을 구성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이야기는 어떻게 구성했을까? 생각하다보니, 영화의 핵심이 되는 원리인 핵융합과 핵분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싶어졌다.

포스터에서 힌트 얻기.
폭발의 한가운데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이 서있다. 화염 속 죽음의 모습일까, 폭탄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의 포즈도, 화염의 모양도, 오펜하이머라는 인물 자체가 폭발의 원인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혼란스러운 연쇄 폭발 속에서 그저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플롯이 구성될 때도 역사보다는 철저히 인물 중심으로 이뤄졌을 것이다. 또한 영화의 구성을 Fusion(핵융합)과 Fission(핵분열)로 나눈 것으로 보아, 과학 원리와 일맥상통하는 형태로 구성이 되었을 거라 추측했다.
놀랍게도 그 두 원리를 그림으로 보다 보면, 영화의 구성과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3가지로 구분해 살펴보았습니다.
1. Fusion(핵융합), X자 구도
2. Fission(핵분열), 분열과 연쇄반응의 구도
3. 역설의 중심에 선 오펜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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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usion(핵융합), X자 구도
오펜하이머는 실험에는 약했지만, 이론과 소통에 능했다. 회사 생활로 치면 대단한 '기획자'이자 '리더'였던 것이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하는 과정에 엄청난 에너지가 분출된다. 이는 마치 당시 미국의 여러 역량을 한 데 모아 엄청난 결과물을 만든 맨해탄 프로젝트의 구도를 보는 듯하다. 실제 영화의 장면에서도 X모양, 혹은 중앙 집결 구도를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프로젝트 설계 중, 트리니티 실험 장면에서 보이는 X 자 구도

중앙으로 힘을 동시에 모아야 폭발하는 원자폭탄
핵융합의 원리 자체도 비슷한 구도를 보인다.

그리고 이 원리를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에 집중해 보면 아래와 같이 각 요소에 다시 제목을 붙여볼 수 있다.

오펜하이머는 수많은 과학자들을 한데 모으고, 전쟁 중인 국가의 역량을 활용해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미국은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 기술을 보유한 막강한 국방력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었던 오펜하이머는 혼란스런 상태로 남겨지게 된다. 마치 양성자를 잃은 중성자 하나가 분리되어 나오는 모습 같다.
한 가지 아이러니가 있다면, 핵분열 기술을 이용해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에 오펜하이머는 여러 주체가 마치 핵융합처럼 공조하도록 만드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2. Fission(핵분열), 분열과 연쇄반응의 구도

핵분열은 중성자 하나가 무거운 크고 무거운 원자핵(우라늄-235 같은 물질)에 들어가 쪼개지며 에너지를 생성하는 원리다. 쪼개지는 활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큰 폭발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노력이 2개의 폭탄이 되어 몇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사실 때문에 폭탄 제조 기술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그러나 이미 기술은 과학자들의 손을 떠나 전 세계 패권 경쟁에 혈안이 된 정부에 넘어가 있던 상황. 정부는 더 막강한 수소폭탄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핵분열의 구도를 당시의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다시 보자면 아래와 같다.

오펜하이머는 막강한 국가와 정치적 상황을 맞닥뜨린다. 답이 정해져있는 안보 청문회를 거치며 갈기갈기 찢긴다. 애초부터 짜여진 판에서 치러지는 청문회는 그의 자아를 여러 갈래로 해체시키고 사회적 추락, 죄책감, 환멸 같은 것들을 부산물로 남긴다.
이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핵융합 기술(수소폭탄)을 논하는 시기에 오펜하이머는 핵분열 처럼 혼란스런 시간을 겪는다.


오펜하이머는 트리니티 실험 당시, 폭탄이 대기와 연쇄반응해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덮어뒀다.
그러나 자신이 분열할 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초점을 잃은 오펜하이머의 표정, 그리고 지구를 천천히 뒤덮는 불길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위험을 간과한 한 인물의 인생을 뒤덮어버린 불길. 천천히 지구를, 혹은 한 인간을 잠식해간다.

3. 역설의 중심에 선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흥미롭게 보았던 이유는 역시 '아이러니의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아이러니는 위에서 언급한 연쇄반응이다. 트리니티를 터뜨릴 때는 연쇄반응이 0에 가깝다며 애써 무시했으나, 자신이 분열할 때 연쇄반응이 필연처럼 일어났다.
둘째는 성공과 죽음의 역설이다. 오펜하이머는 달변가였고 잘 가르치는 강연자였다. 게다가 맨해탄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한 리더였다. 말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인후암으로 사망한다. 원인은 평생 달고 산 담배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말을 하는 기관에 병이 생겨 죽은 것이다. 증상이 악화되어 목소리와 발음이 변하고 끝내 말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셋째는 업적과 사생활의 아이러니다. 세상을 영원히 바꾼 원자폭탄 개발에 공을 세웠지만, 자신의 바뀐 단 하나의 생각을 세상에 관철시키지 못했다. 죽음을 만든 후, 죽음을 멈추려던 노력은 실패한 것이다.

마치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대단함은 희귀성 때문인 것 같다. 가장 대단한 부분은 인간의 이야기를 과학적인 원리와 구도에 담는다는 것이다. 그 구도에 상상력을 가미하고, CG를 최소화한 연출과 음악으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이 일련의 과정을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관철시키는 힘은 대체불가의 영역 같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State of the Art 즉, 최신기술이자 예술의 경지가 되는 것 아닐까.
오펜하이머는 역사적으로 대단한 인물이지만, 그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작고 나약한 한 명의 인간을 보고(마치 중성자 같은), 그 안에서 내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살아가다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때, 두고두고 꺼내보고싶은 영화로 남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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