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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리뷰 : 양자역학이 팝아트가 되는 순간. 마블의 진짜 차세대가 시작됐다. 본문

영화 리뷰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리뷰 : 양자역학이 팝아트가 되는 순간. 마블의 진짜 차세대가 시작됐다.

풀버전 보는 사람 2023. 6. 28. 00:22

(읽는 데 2분)

배경지식 없이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감상했습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영화로만 접했다가 이번 개봉작을 본 후, 전작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까지 찾아보게 되었네요.

함께 본 베프의 말을 빌리자면, 스토리도 아트도 모두 '에픽Epic' 이었습니다. 화려한 기법과 사운드도 흠잡을 데 없었지만, 마블이 오랫동안 집중해온 '양자역학'을 스토리로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

스토리를 살게 하는 아이디어,

양자역학이 마블에 끼친 영향

캐릭터 하나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요? 영화 하나에 그칠 수도, 코믹스 한 세트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블은 자사의 캐릭터를 유니버스 속에 담아 여러 캐릭터 간의 관계성을 만들어가며 스토리의 경우의 수를 늘려갔습니다.

그리고 지금 집중하고 있는 양자역학의 개념은 하나의 캐릭터를 무한히 자가증식할 수 있게 만듭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블 코믹스 속에서 수많은 빌런들을 물리쳐오던 스파이더맨. 그 캐릭터는 사실 다른 차원에서 다른 모습으로도 존재하며, 차원 간의 이동하며 여러 스파이더맨들을 만나고 공조합니다.

양자역학의 개념은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플랫폼화' 시켰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피터 파커 부터, 페니 파커, 마일스 모랄레스, 스파이더 그웬, 스파이더 우먼, 스파이더 펑크, 스파이더햄(돼지)... 수많은 차원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스파이더맨은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스파이더맨 스토리 또한 무한한 가능성을 얻게 된 것입니다. 각 차원별 캐릭터 서사에 집중한 콘텐츠도 있고, 차원이 뒤섞이는 유니버스를 보여주는 콘텐츠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양자역학은 과학적으로 훨씬 복잡할 테지만, 그 개념 자체를 아이디어 삼아 마블 유니버스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주얼? Epic!

양자역학이 팝아트가 되는 지점

영화 내내 '이런 화면은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것일까...' 하며 신기하게 보았습니다. 각 차원에 존재하는 스파이더맨들은 각기 다른 그림체를 지니기도 합니다. 지난 작품과 동일하게, 이번에도 2D, 3D는 물론 콜라주 기법, 다채로운 색상 표현들이 쉴 새 없이 눈을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카툰 스타일 타이포는 센스 있으면서도, 스파이더맨의 코믹스 오리지널리티를 상기시켜줍니다. 또한 1초에도 몇 번씩 겹쳐지는 각종 비주얼 요소들은 최근 자주 보이는 Generative AI가 제작한 것처럼 스타일리시해 보이기도 합니다.

내 이야기는 내가 정해!

고전 영웅 서사 깨부수기

이번 시리즈는 전통적인 영웅 서사를 완벽하게 뒤틀었습니다. 이야기는 모험-소명-스승-시험-친구-시련-성장-관문-귀환 으로 이어지는 전형적 구조를 따라가는 것 같으나, 그 흐름에 예상치 못한 제동을 걸어버립니다. (부모자식 간의 관계와 독립에 대한 주제는 이번 스토리에서는 제외했습니다.)

설정은 이렇습니다. 각 차원에 존재하는 스파이더맨들은 각자 소중한 사람을 잃는 시련을 겪어야 합니다. 그리고 감정의 에너지를 발판 삼아 마침내 빌런을 물리쳐야 하죠. 스파이더 소사이어티 리더 2099(미겔)은 이 흐름을 순리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지켜냅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니버스가 꼬여서 예측 불가한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일스는 다릅니다. 스파이더맨이 응당 겪어야 한다던 시련, 소중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경험을 그대로 두지 않죠. 이 대사를 통해 마일스는 고전 영웅 서사 따르지 않고, 주체적으로 원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모두들 자꾸 내 이야기가

이미 정해져있다는 듯이 떠드는데,

아니야. 내 이야기는 내가 정할 거야."

"Everyone keeps telling me

how my story supposed to go.

Nah, I’mma do my own thing."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지금 시대가 원하는 모든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끝내주는 비주얼, 계속 보고 싶은 스토리텔링, 유머감각까지 말이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꽤 긴 러닝타임 내내 빠른 템포로 계속해서 날리는 드립들이 어느 순간 사람을 살짝 지치게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차기 작에서는 두 빌런과의 스토리 전개가 기대됩니다. 점점 강력해지는 '스팟' 과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프라울러'와 어떻게 마주할까요?

- 이번에 특히 끝내주는 OST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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