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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버전 보는 사람
[한나 아렌트] 생활 철학. 악의 평범성.열심히 했을뿐인데 악마라고? 본문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정답이 없는 일인데, 가끔은 '내가 틀렸나?내가 빌런일까?' 하는 생각에 골똘해지기도 한다.
"진짜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라며 상대를 탓하는 것이 흔한 추임새인 시대. 모든 문제는 소통의 문제라지만, 애초부터 생각의 작동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언어를 쓴들 소통이 될까? 중요한 건 누군가는 고통을 받았고, 누군가는 진심으로 악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요즘 회사에서 빌런 한 명이 내 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일까. 대학 시절 교양 수업 때 잠깐 알게 되었던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워낙 얽혀있는 게 많은 개념이라 깊이 있게 공부하기는 어려웠고, 기억하면 좋을 포인트만 몇 개 기록해본다.

한나 아렌트 Arendt Hannah (1906-1975)
➤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 나치의 유대인 탄압 시절을 겪으며 국적 없이 살다가, 미국 시민권을 얻음.
➤ 20세기 영향력 있는 정치철학자/이론가 중 한 명.
➤ 철학 박사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를 지냄.
➤ 하이데거의 제자이자 연인. (하이데거는 유부남이었다고 한다.)
➤ 엄청난 골초. 담배가 몸에는 해로워도 본인을 사유하게 함으로써 인류에는 이득이라고 우스갯 소리를 했다고 함.
➤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오라클 캐릭터의 모티프가 된 인물이라는 썰.

아돌프 아이히만 Adolf Eichmann (1906-1962)
➤ 독일 나치 친위대 장교. 유대인 추방, 수송, 학살의 실무자이자 최고위급 전문가.
➤ 평범한 영업사원으로 살다 26세에 나치당원이 되고 친위대에 합류해, 당시 공무원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임.
➤ 독일이 패전국이 된 후 은둔 생활을 하다가 붙잡혀 1962년 교수형으로 처형당함.
➤ 이스라엘에서 열린 아이히만의 공개재판은 전세계에 생중계 됨. 15개 죄목 전부 유죄.
➤ 정신과 전문의들은 소견은 아이히만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긍정적인 사회인이라는 것.
➤ 죽는 순간까지 침착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줌.

나는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다.
권한 없는 '배달부'에 불과했고, 법 앞에서는 무죄다.
아이히만의 무죄 주장 중

아이히만은 자신의 일에 대해
'무사유' 했기 때문에 유죄다.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중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 Banality of Evil>의 핵심은 생각 없이 시키는대로만 행하는 무사유(thoughtlessness) 성향이다. 사유 없는 성실함은 얼마든지 악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너무도 평범한 우리는 일상 속에서 악의 없이 악을 행할 수 있다. (나쁜 놈들이 자주 하는 "악의는 없습니다." 라는 말은 진실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들의 영향력과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더 자주, 비판적인 생각을 해야만 하겠다.
쉽게 생각해보자.
악의 평범성은 일상을 낯설게 하는 무서운 이론이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대단치 않은 한 명의 사람일 뿐. (게다가 사유하기 좋다는 독일어도 할 줄 모르고) 이 문제의식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뤄야할 지 막연하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몇 개의 범주로 나누어 쉽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1.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사는 작은 카톡방 목록을 보며
솔직히 내가 사는 세상에 그리 대단한 일은 없다. 내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개인의 행복이 최고'라는 명목 하에 넷플릭스나 보며 고단한 하루를 그저 잊고싶어한다. 내가 해결하지 않은 어떤 일 때문에, 무심결에 뱉은 한 마디 말 때문에 누군가가 고통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상대는 나의 동료일 수도, 가족일 수도 있다. 정확하지 않은 문장, 느끼는 그대로 내뱉어버리는 추임새마저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끝이 안 보이는 자본주의 세상 속, 나의 일터를 생각하며
기업은 영리를 추구한다. 나는 회사의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고 있고, 그 이익이 나에게도 분배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가지고 있다. 흔치는 않겠으나,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 상황을 탐지했을 때, 나의 이익을 포기하면서도 NO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 혹은 내가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인가?
3. 어디선가 선물 받은 친환경 굿즈와 기후 위기 뉴스를 보며
일회용품을 줄인다는 이유로 기업들은 너무 많은 텀블러와 머그잔을 생산해 비싸게 팔고 있다. 패션 쇼핑 플랫폼은 역대급 흑자를 기록하고, 개발도상국의 소들은 선진국들이 내다버린 의류 쓰레기들을 씹어먹고 산다. 노트북에 붙인 <SAVE EARTH> 스티커는 패션인가? 각국에서 내놓은 탄소 중립 정책은 선언만 멋지고 번번이 실패한다. 지구 밖 누군가 보기에 인간의 행위들은 악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결 방안이 있을까?)
인생에 찾아오는 악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답은 없다. 그러나 '틈틈이 끈질기게 고민하는 것'이 나의 악의 없는 악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불쑥 찾아오는 인생의 불청객들도 조금은 의연하게 대할 수 있는 아량을 가지게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러면서도 내일이면 평소와 다름 없이 누군가를 무작정 비난하고 볼지도 모르지만. 믿어보자. '나는 사유의 근육을 유연하고 단단하게 훈련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고. 그리고 결국 다 내 마음 편하고자 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